존경하고 사랑하는 홍제동 성당 가족 여러분!
하느님의 지극하고 한없는 사랑이 여러분 가정과 여러분 모두에게 깃들여 기쁨이 함께 하는 경자년(更子年)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경자의 해는 ‘쥐의 해’이고, 자(子)는 ‘아들, 자식’의 의미가 일반적이지만, 동사로 쓰일 때는 ‘번식하다’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명사로는 ‘쥐’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한 시간적으로 자시라 하면, 한밤중인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를 말합니다.
그래서 의미적으로 풀이해보면 경자의 해는 ‘한밤중인 어둠속에서 만물의 씨앗을 잉태하고 번식시키는’ 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2019년 12월 24일 성탄전야 미사에서 어둔 밤에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이신 임마누엘이시며, 모든 것에 앞서 한 처음에 계신 분이며 성부와 함께 계셨던 Logos(말씀)이신 하느님을 만나 뵈었으며, 이 말씀이신 하느님이 인간으로 오신 성탄의 기쁨을 가지고 12월 31일 송구영신미사에서 새로운 해인 경자의 해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해에는 ‘홍제동 공동체의 각 구성원인 교우 여러분과 각 가정에 이 로고스이신 말씀이신 하느님을 가져가자는 의미로, 각 가정에 말씀의 씨앗을 심자’고 다짐했습니다.
작년에는 11월 24일 홍제동 성당 주보성인인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본당 설립 70주년 기념미사를 하기에 앞서, 홍제동성당의 그리스도의 몸이며, 그리스도의 정배인 교회 구성원들인 여러분들이 11월 16일 토요일에 모여 70주년 본당의 날을 함께 즐기고, 놀고, 그동안의 신앙체험을 나누면서 의미있게 보냈으며, 70주년 기념미사에는 구요비 욥주교님과 지구장신부님과 본당 출신의 여러 신부님과 전임회장님들, 많은 단체장과 신자 분들을 모시고 정중하고 의미 있게 미사를 봉헌하며 70년의 우리 신앙의 삶을 돌아다보고 새로이 다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 ‘새 포도주는 새 부대 담아야 한다’는 마태오복음 9장 17장 말씀처럼 70주년 미사때 영상으로 보여진 마지막 문구처럼 새로운 한 페이지를 써 나가려 합니다.
이 새로운 한 페이지는 홍제동 신자공동체의 원초적인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으로 시작하여 합니다.
원체험, 첫사랑, 첫 모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많은 교부와 성인들은 예수님과 함께 했던 초대공동체로 돌아가는 것이고, 이것은 성경의 말씀을 사는 것, 복음화라 말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교장이신 영수정(안드레아) 추기경님께서 2019년 사목교서 ‘선교의 기초이며 못자리인 가정 공동체’에 이어 2020년 사목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본당 공동체’와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본당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에서부터입니다. 본당이란 말은 원래 ‘이웃에 살다, 함께 살다’라는 뜻을 가진 희랍어를 그대로 옮긴 라틴어 ‘파로에시아(paroecia)’를 중국 천주교회는 ‘본당(本堂)’이라는 말로 옮기면서 사용되었습니다.
초대교회에는 한 도시에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가 계시면서, 혈연으로 얽인 관계가 아닌 주님의 이름으로 새로운 가족인 그리스도 신앙인의 공동체인 하나의 교회를 이루었는데, 신자들이 늘고 지방으로 교회가 전파됨에 따라, 곳곳에 여러 신앙인의 공동체가 생기게 되었고, 주교가 한 교회 안에 속하는 모든 신자들을 항상 어디에서나 직접 지도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주교들의 협조자요, 주교의 대리인 사제로 하여금 사목하게 된 교회를 본당이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본당이란? 단지 교회의 관리 구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자체의 일부로, 전 교회가 지닌 위대하고 신비로운 현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정상적, 구체적 수단인 것입니다. 물론 본당이 신자 및 비신자를 영신적으로 지원하는 유일한 존재는 아니지만, 본당은 없어서는 안 될, 일차적 중요성을 지닌 보편적인 가톨릭 교회를 이루고 있는 조직이요. 교구 안에 인정된 첫 공동체이며, 공의회의 표현을 빌면, “온 땅 위에 세워진 눈에 보이는 교회”인 것입니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의 본질은 친교(親交)라 규정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새 계명을 주셨을 때, 거기에 친교의 교회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친교의 교회에 대해 사도 바오로는 말씀하십니다. 교회는 한 몸이며 그 지체들은 사랑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하십니다.
모든 것에 앞서 사랑을 실천 하십시오. 사랑은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완전하게 합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다스리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려고 여러분은 부르심을 받아 한 몸이된 것입니다 (콜로 3,14-15).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 마음과 한 몸을 이루고, 영신적으로 물질적으로 가득한 친교를 이루었습니다.
교회 교부들도 친교를 요구했습니다.
성아우구스티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밀 낱알을 모아 가루로 만들어 반죽을 치고 빵을 만들 듯이. 조화와 사랑으로 그리스도의 몸을 형성하게 됩니다.
교회 일치에 관한 회칙 “하나 되게 하소서”에서 요한 바오로 2세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것은 일치를 갈망한다는 뜻입니다. 일치를 갈망한다는 것은 교회를 갈망한다는 뜻입니다. 교회를 갈망한다는 것은 (영원으로부터 하느님의 계획에 부합하는 은총의) 친교를 갈망한다는 뜻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담화를 들어봅시다.
하느님은 친교이십니다. 그 분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친교이십니다. 그 분은 사랑이시므로 친교를 이루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친교’의 현실은 우리 뿌리 깊이 존재합니다. (...)
이처럼 교회가 태어납니다. (...) 이처럼 모든 본당에 교회가 태어납니다. 각 본당 안에 있는 교회는 사랑이시므로 ‘친교’이신 하느님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친교의 교회에 대해서 여러 번 말씀하셨다. 예를 들어 “새 천년기” 교서에서 교회는 “친교의 집”, 곧 초자연적인 참된 가정을 이루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참된 “친교의 영성”이 필요하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셨고, 사도적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에서 본당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교회의 친교는, 언제나 보편적인 차원을 지니고 있지만, 본당 안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가시적으로 표현된다. 교회가 지역적으로 드러나 보이는 곳은 바로 본당이다. 어떤 의미에서 본당은 자기 아들딸들의 집안에서 살아가는 교회이다. 모두가 본당의 진정한 의미를 재발견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본당에 때로는 인력과 재원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그리고 때로는 광범한 지역에 흩어져 있거나 혼잡한 현대 도시의 혼돈 속에서 눈에 띄지도 않는다 하더라도, 본당은 바로 교회의 신비가 현존하고 활동하는 곳이다.
본당은 주로 어떤 조직이나 지역 또는 어떤 건물이 아니라 오로지 “형제애로 한 마음을 이룬 하느님의 가족”이며, “형제애가 감돌고 따뜻이 사람을 맞아 주는 큰 집”이고, “신자들의 공동체”이다.

한국 가톨릭사목연구소:
우리 교회가 외형적으로는 성장하고 있지만 속은 비어 간다.
요즘 사람들은 아무리 바빠도 관심 있는 것,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것에는 몰리고 있지 않은가.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지 못하다.
젊은이들이 종교에 무관심.

본당 사목자들이 말씀 체험과 공동체 체험이라는 가톨릭교회의 본질에 충실할 때 냉담교우 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럼 본당은 어떤 모습을 지녀야 할까요? 이에 대해 가장 훌륭한 자격을 가지고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교황님의 말씀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1. 사랑을 사는 공동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로마 시내 성요셉 Cafasso 성당 방문때, “본당 공동체란 어떻게 성장하는지 알고자 합니까? 공동체는 무엇보다 앞서 하느님의 말씀 주위에 형성됩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참된 본당이란 모든 이가 서로 사랑하는 곳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근본적 규칙임을 모든 이가 알고 있는 곳입니다. / 본당을 한 몸으로서 결합하게 하는 저 힘을 무엇이라고 부르는가요... 그 이름은 애덕입니다. 경탄스러운 은혜... 이는 하느님으로부터 발산되는 것입니다.... 이는 교회가 존재하게 되는 원리요... 큰 특징으로서, 교회의 생명력의 크기를 가리키는데 적합한 존재인 것입니다.”
로마의 신자들의 도움인 성 마리아 성당 방문 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은 한 건물로서의 성전을 지었습니다. 이제 살아 있는 교회를 지으십시오. 교회는 여러분 자신입니다. 이 성전은 단지 여러분이 집합하게 하는 장소입니다. 여러분은 본당 신부 및 여러분의 영신적 유익을 알고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하여 하나의 공동체를 건설해야 합니다. 함께 나누는 것, 일치하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잘 납득하도록 하십시오. 이것은 복음적 용어로 표현하면, 서로 형제가 되는 것이요. 곧 서로 사랑하는 것이요. 서로 돕는 것입니다”

2. 복음, 말씀을 사는 공동체

바오로 6세 교황님은 “여러분은 서로 사랑하십시오. 서로 사랑하십시오. … 곧 서로 알지 못하던 사람들, 습관, 교육, 유래, 연령, 직업 등이 서로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교회에 모이면서 서로 형제간임을 드러내고 형제임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은 벗이 되어, 병자가 있으면 돌보아 주고, 실직자가 있으면 도움을 베풀고, 어린이에게는 가르쳐 주는 등, 어디에든지 이웃의 유익을 위하여 선한 행위를 하고자 노력하게 됩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진정한 본당이 태어나고 번성하게 하기 위한 중심은 사랑에 대한 복음 말씀을 사는 것이라 생각하셨습니다.

3. 본당은 가정의 공동체

“본당은 가정이 되어야 합니다. 즉 나자렛의 가정처럼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 계시는 가정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교황님들은 본당이 본당답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하나를 이루는 공동체인 본당은 1. 사랑을 살아야 합니다. 2. 하느님의 말씀, 복음을 사는 공동체입니다. 3. 사랑이라는 복음말씀을 살면서 나자렛 성가정처럼, 본당 안에서 넉넉한 미소를 짓는 예수님이 신자들 사이에 살아계시는 가정이 되어야 합니다.
이 가정 공동체를 통해 세상에 사랑이신 그리스도가 가시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랑을 실천하자는 것은 먼저 자신 안에 사랑이 있는 것, 자신의 내면 안에 사랑이신 하느님을 인식하고, 모시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듯,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자는 것은 먼저 하느님을 자신 안에 모시자는 것이 전제로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교구장님의 사목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본당 공동체’가 되기 위해 먼저 우리 가정 안에 말씀의 씨앗을 심는 것, 새로운 복음을 사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올 해는 먼저 여러분의 가정 안에 말씀의 씨앗을 심도록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며, 그리하도록 사목협의회를 비롯한 본당의 모든 단체와 노력하겠습니다.

1. 구역·반·가정에서 말씀을 살기

: 소공동체는 다른 무엇보다 말씀을 사는 것입니다. 마치 성체와 성혈을 먹고 마심을 통해 우리들의 영혼의 양식을 취하듯, 말씀을 영하는 것(모시는 것)으로 우리들의 작은 공동체에서 나자렛의 성가정에서 이루었던 그분들의 양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먼저 소공동체는 자신이 속한 구역과 반, 가정을 돌보면서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기쁨에 함께 하며, 말씀(Logos)이신 예수님을 구역·반·가정에 모시며, 그분을 통해 자신의 구역·반·가정이 하느님의 뜻인 사랑을 간직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① 우선 2020년은 말씀 나누기의 3단계인 Frase(구절), Fatto(행위), Frutto(결실) 중 성경구절(Frase)에 충실히 나누며, 이 성경구절을 한번은 모임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한 번은 자기 자신에게 속으로 정중하고 신비롭게 낭독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구절 안에 계신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 안에 머물도록 합니다.
② 본당이나 자신이 소속된 구역·반·가정에 대한 소식을 봉사자가 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래서 한 가족임을 느끼게 합니다.
③ 마침기도 전에 공동체와 함께 영·육간에 어려움을 겪어 기억할 사람들을 위해 5~10초 정도 속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④ 마침기도는 그달의 성경을 함께 읽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2. 청소년과 시니어 어르신에 대한 관심과 배려

: 그들이 본당의 미래이고, 과거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보물로 받아들이고, 본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구성원임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고 관심을 갖습니다.
그래서 청소년에 관계된 자모회와 시니어 분과는 본당의 여성분과를 통해 서로 교류하고 본당의 한 구성원임을 인정하고 하나된 본당 구성원으로써 봉사하도록 배려합니다.
그리고 본당 구성원은 그들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물신양면으로 도와주고 함께 하도록 합니다.

3. 봉사자의 자세

① 권력이 아닌 권위로써 다가갑니다.
② 본당의 사목협의회도 봉사적 구조로 바뀌도록 노력합니다.(회합시간을 단체 → 분과 → 위원회로 하여 단체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 경청하여 반영하도록 노력합니다.)
③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내용은 신비롭게 과정은 서로 간에 진실된 토론과 나눔을 통해 이루고, 그 모든 것은 “우리 안에 계신 하느님”을 드러내도록 교회적이고 복음적이도록 노력합니다. 또한 본당과 각자가 자체적으로 사용되는 재원은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은 것을 생각하며 각 단체의 재원이 올바르고 투명하게 사용되고 지원되도록 서로 간에 노력합니다.
④ 올해의 모든 피정은 성경통독 피정으로 대처합니다.
⑤ 이 모든 것은 본당의 각 단체와 구역·반·가정들의 구성원들이 모임에서 대접받고 인정받음을 느끼도록 서로 간에 사랑받기보다 사랑하도록 하고, 봉사받기 보다 봉사하도록 합니다.